몸에 생긴 빨간 점,
체리혈관종일까?
“샤워하다 보니 가슴에 빨간 점이 몇 개 생겼어요. 피가 맺힌 것 같아서 걱정돼요.”
“예전엔 하나뿐이었는데, 해마다 배와 팔에 조금씩 늘어나요.”
진료실에서 자주 꺼내시는 이야기입니다. 가슴이나 배, 팔 위쪽에 볼펜으로 콕 찍은 듯한 작고 선명한 빨간 점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고, 대부분은 체리혈관종이라는 양성 혈관종입니다. 이름에 ‘종’이 붙어 있어 덜컥 겁이 나실 수 있지만, 암으로 바뀌는 병변이 아니어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글에서는 체리혈관종이 무엇이고 왜 생기는지, 비슷해 보이는 다른 빨간 점과 어떻게 구별하는지, 그리고 브이빔과 레이저로 어떻게 제거하며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차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체리혈관종은 피부 바로 아래 모세혈관이 뭉친 혈관종입니다
체리혈관종은 표피 바로 밑, 진피의 가장 위쪽에서 가는 모세혈관이 새로 자라나 작은 덩어리로 뭉친 것입니다. 혈관이 표면 가까이 촘촘하게 모여 있다 보니 겉에서는 체리처럼 선명한 붉은색으로 보이고, 오래된 것일수록 혈관이 넓어져 색이 더 짙고 도톰해집니다. 노인성 혈관종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20~30대에 처음 생기는 분도 많습니다.
대개 크기는 1~5mm이고, 둘레에 옅은 테두리가 보이기도 합니다. 손가락이나 유리판으로 지그시 누르면 혈관 속 피가 밀려나 색이 잠시 옅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프거나 가렵지 않아 그냥 두셔도 되지만, 위를 덮은 표피가 얇아서 옷이나 손톱에 긁히면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 놀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체리혈관종이 생기는 이유
체리혈관종의 가장 큰 원인은 나이입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의 StatPearls 정리에 따르면 청소년에서는 5~7% 정도에서 보이지만, 75세 이상에서는 약 75%에서 볼 수 있을 만큼 나이가 들수록 흔해집니다. 성별이나 인종에 따른 차이는 뚜렷하지 않습니다.[1] 그래서 한두 개씩 늘어나는 것은 피부가 나이 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에 가깝고, 그동안 관리를 잘못하신 탓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유전자 수준의 단서도 나왔습니다. 2019년 체리혈관종 조직 10개를 분석한 연구에서 절반인 5개에서 GNAQ·GNA11이라는 혈관 성장 신호 유전자의 변이가 확인되었습니다.[2] 태어날 때부터 가진 유전자가 아니라 해당 피부 세포에서만 생긴 변이여서, 가족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직 10개를 본 작은 연구라서, 모든 체리혈관종이 이 변이로 생긴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밖에 임신 중에 늘어나기도 하고,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면역억제제나 특정 화학물질에 노출된 뒤 여러 개가 한꺼번에 돋는 경우도 보고되어 있습니다.[1] 짧은 기간에 수십 개가 갑자기 생겼다면 복용 중인 약이나 다른 질환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빨간 점이 모두 체리혈관종은 아닙니다
몸에 생긴 빨간 점 가운데에는 체리혈관종과 비슷해 보여도 성질이 다른 병변이 섞여 있습니다. 모양과 생기는 곳, 자라는 속도가 다르고, 무엇보다 치료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거하기 전에 먼저 구별해야 합니다.
| 구분 | 모양 | 잘 생기는 곳 | 눈여겨볼 점 |
|---|---|---|---|
| 체리혈관종 | 1~5mm의 동그랗고 매끈한 루비색 점, 납작하거나 도톰함 | 가슴·배·등·팔 위쪽 | 나이가 들며 천천히 늘어남. 누르면 색이 옅어지는 경우가 많음 |
| 거미혈관종 | 가운데 빨간 점에서 가는 혈관이 거미 다리처럼 뻗음 | 얼굴·목·윗가슴 | 임신 중이나 간 질환이 있을 때 늘어나기도 함 |
| 화농성 육아종 | 선홍색으로 촉촉하게 솟은 혹 | 손가락·입술·얼굴 | 몇 주 사이에 빨리 자라고 살짝만 스쳐도 피가 잘 남 |
| 혈관각화종 | 검붉거나 보랏빛, 표면이 거칠고 단단함 | 다리·몸통 | 각질이 덮여 있어 색이 어둡게 보임 |
| 무색소 흑색종 | 분홍~붉은 결절, 경계가 고르지 않음 | 어디든 | 드물지만 놓치면 안 되는 피부암. 모양이 변하거나 쉽게 헐면 조직검사 |
대표적인 특징을 정리한 것이며, 겉모습만으로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피부경 진찰이나 조직검사로 확인합니다.
진료 때는 육안으로 먼저 보고, 애매한 점은 피부경으로 확대해 봅니다. 체리혈관종은 피부경으로 보면 붉은 혈관 덩어리가 둥근 칸처럼 나뉘어 보이는 특징이 있어 다른 병변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확인한 뒤에야 레이저로 지워도 되는 점인지, 떼어 내어 조직을 확인해야 하는 점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 몇 주 사이에 눈에 띄게 커지거나 모양과 색이 달라지는 점
- 살짝 스쳐도 피가 나고 잘 아물지 않는 점
- 색이 검거나 경계가 들쭉날쭉한 점
- 짧은 기간에 여러 개가 한꺼번에 돋아난 경우
체리혈관종 제거, 브이빔과 레이저로 혈관만 응고시킵니다
체리혈관종은 혈관 덩어리이므로, 피부를 깎아 내지 않고 혈관만 골라 응고시키는 혈관 레이저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브이빔은 595nm 파장의 펄스다이 레이저입니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은 이 파장을 잘 흡수하고 주변 표피와 진피는 거의 흡수하지 않아서, 빛이 닿으면 혈관 덩어리만 먼저 데워져 응고됩니다. 1983년 앤더슨과 패리시가 정리한 선택적 광열분해 원리입니다.[3]

다만 모든 체리혈관종을 같은 방법으로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작고 납작한 점은 브이빔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고, 오래되어 도톰하게 솟은 점은 혈관이 깊고 굵어서 더 깊이 들어가는 클라리티2의 1064nm 롱펄스 레이저를 쓰거나, CO₂ 레이저로 솟은 부분을 얕게 깎은 뒤 바닥의 혈관을 지지는 방법을 씁니다. 점의 크기와 높이, 생긴 곳을 보고 방법을 고릅니다.
| 구분 | 브이빔 (595nm PDL) | 클라리티2 (1064nm 롱펄스) | CO₂ 레이저 |
|---|---|---|---|
| 잘 맞는 점 | 작고 납작한 선홍색 점, 여러 개가 흩어진 경우 | 조금 크고 깊은 점, 검붉게 짙어진 점 | 도톰하게 솟은 큰 점 |
| 작용 방식 | 혈관 덩어리만 응고, 표피는 보존 | 더 깊은 혈관까지 응고 | 솟은 부분을 깎고 바닥 혈관을 지짐 |
| 시술 직후 | 점이 잠시 보랏빛이나 멍처럼 변함 | 붉은 기와 가벼운 부기 | 작은 상처와 딱지 |
| 회복 | 대개 1~2주에 걸쳐 옅어짐 | 1~2주 | 딱지가 떨어지기까지 1주 안팎 |
| 횟수 | 1~2회, 남으면 4주 뒤 추가 | 1~2회 | 대개 1회 |
회복 기간과 횟수는 흔히 쓰는 범위이며, 점의 크기와 깊이, 피부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연구에서 확인된 효과와 한계
체리혈관종 치료를 직접 비교한 무작위 연구가 있습니다. 성인 15명의 몸통을 세 구역으로 나누어 구역마다 체리혈관종 4개씩을 브이빔과 같은 펄스다이 레이저, 532nm KTP 레이저, 전기소작 중 하나로 2주 간격 2회 치료하고 3개월 뒤 사진으로 평가했습니다. 세 방법 모두 붉은색이 뚜렷하게 줄었고 색의 개선 정도는 비슷했지만, 피부결은 전기소작 쪽이 두 레이저보다 덜 매끈했습니다.[4] 연구진은 레이저, 특히 펄스다이 레이저가 치료 뒤 피부결의 변화를 줄일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체리혈관종 제거를 고민해 볼 만한 분
- 옷이나 속옷, 가방끈에 자주 쓸려 피가 났던 점이 있는 분
- 가슴·목선·팔처럼 드러나는 곳의 빨간 점이 신경 쓰이는 분
-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 한 번에 정리하고 싶은 분
- 면도나 왁싱 때 점이 걸려 상처가 나는 분
- 빨간 점이 체리혈관종이 맞는지 먼저 확인받고 싶은 분
- 최근 태닝을 했거나 햇볕에 그을린 상태 — 표피의 멜라닌이 빛을 가로채 효과가 줄고 색소 변화 위험이 커집니다.
-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경우 — 멍이 더 오래 갈 수 있어 복용 여부를 미리 확인합니다. 임의로 약을 끊지는 마세요.
- 임신 중이거나 켈로이드 체질인 분 — 시술 여부와 시기를 먼저 상의합니다.
- 중요한 일정이 1~2주 안에 있는 분 — 보랏빛 자국이나 딱지가 남는 기간을 고려해 일정을 정합니다.
시술 뒤 관리
레이저로 응고된 혈관은 몸이 몇 주에 걸쳐 흡수하면서 옅어집니다. 시술 직후 점이 보랏빛으로 변하거나 작은 딱지가 앉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문지르거나 딱지를 떼지 말고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두시면 됩니다. 처음 며칠은 사우나와 뜨거운 탕 목욕, 과음처럼 몸에 열이 오르는 일을 피하고, 시술 부위가 햇볕에 드러난다면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발라 주세요. 4주 뒤에도 붉은 기가 남아 있으면 그때 한 번 더 치료합니다.
몸에 생긴 빨간 점이 신경 쓰이신다면 언제부터 생겼는지, 최근 크기나 개수가 달라졌는지 함께 말씀해 주세요. 피부경으로 체리혈관종이 맞는지 먼저 확인하고, 점의 크기와 깊이에 맞춰 브이빔이 맞는지, 다른 레이저를 써야 하는지 설명드린 뒤 치료 계획을 함께 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문의 진료 장면과 도판, 점 사진은 진료 과정과 작용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제작한 이미지로, 특정 환자의 치료 결과를 보여 주는 사진이 아닙니다. 시술 적용 여부와 결과는 개인의 피부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Qadeer HA, Singal A, Patel BC. Cherry Hemangioma. StatPearls. Treasure Island (FL): StatPearls Publishing; updated 2023.
[2] Klebanov N, Lin WM, Artomov M, et al. Use of targeted next-generation sequencing to identify activating hot spot mutations in cherry angiomas. JAMA Dermatol. 2019;155(2):211-215.
[3] Anderson RR, Parrish JA. Selective photothermolysis: precise microsurgery by selective absorption of pulsed radiation. Science. 1983;220(4596):524-527.
[4] Collyer J, Boone SL, White LE, et al. Comparison of treatment of cherry angiomata with pulsed-dye laser, potassium titanyl phosphate laser, and electrodesiccatio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Arch Dermatol. 2010;146(1):33-37.
[5] Buslach N, Foulad DP, Saedi N, Mesinkovska NA. Treatment modalities for cherry angiomas: a systematic review. Dermatol Surg. 2020;46(12):1691-1697.
